사료간
[四料簡, Saryo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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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종 (臨濟宗)의 교상 (敎相). 요간 (料揀), 요견 (料見), 요간 (了簡), 양간 (量簡), 양견 (量見)이라고도 말함. 사료(四料)는 사량 (思量)을, 간 (簡)은 선택을 뜻하며 정법 (正法)을 분별하고 선택함을 말함. 임제종의 ‘사료간’은 수행자의 근기에 초점을 두어 말씀 하신 규봉선사 (圭峰禪師)와는 달리, 수행자의 깨달음을 한 차원 높은 선지식 (善知識)의 경지에서 말한 네 가지 범주 또는 본보기
1) 탈인불탈경 (奪人不奪境) (사람을 빼앗고 경계를 빼앗지 않는 것은 하근기 (下根機)를 다루는 법) 인 (人)은 주관적 인식 주체를 말하며, 경 (境)은 객관적 의식 대상을 말함. 이것을 풀어 설명하면, ‘따스한 봄날 만물이 소생하니 땅은 비단을 펼쳐 놓은 것 같고, 어린 아이의 내려뜨린 머리카락이 명주실처럼 하얗다’는 것으로, 아이 머리털이 하얗다는 것은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사람, 곧 주체를 부정한 것. 그러나 주체를 부정한 객체는 객체가 주체와 대립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객체가 절대적인 것이 되어 객체 안에 주체를 포섭하여 객체만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좀 어려운 설명인데, 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어떤 대상에 몰입하여 자신을 망각한 무아 (無我) 상태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사람의 마음이 외적인 경계 속으로 녹아들어가 버리는 상태를 말한다. 이것을 다시 부연 설명하면, 의식이 바깥 문제에 관심을 빼앗길 때에는 내적인 문제는 망각되고, 반대로 내적인 문제에 마음이 빼앗기면 외적인 대상들을 망각하게 된다.
2) 탈경불탈인 (奪境不奪人) (경계를 빼앗고 사람을 빼앗지 않는 것은 중근기 (中根機)를 다루는 법) 이것을 풀어 설명하면, ‘왕령 (王令)’이 이미 천하에 행하여지니 장군이 변방으로 떠나고 뿌연 연기와 같은 세상의 탑세기가 끊어졌다’는 것. 이것은 주체가 절대적이어서 주체 내에 객체가 포섭되어 밖으로는 객체가 부정되고 주체만 드러나게 됨을 말함.
멋있는 비유적 설명이나, 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하면, 화두 참선에 있어 경계보다는 내적 집중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사람이 깊은 삼매에 들면, 경계는 잊어버리게 되며, 앞의 ‘사람을 빼앗고 경계를 빼앗지 않는다’가 외적 삼매라면, 이것은 내적 삼매이며, 앞의 것을 영어로 ‘positive samadhi (활동 삼매)’라고도 말한다면, 이것은 ‘absolute samadhi (절대 삼매)’라고도 말함)
3) 인경양구탈 (人境兩俱奪 )(사람과 경계를 다 같이 빼앗는 것은 상근기 (上根機)를 다루는 법) 이것은 ‘병주 (幷州)와 분주 (汾州)에서 소식이 끊어지고 한 지방에 처 (處)한다’는 뜻. 이것은 주체가 되는 중앙정부도 배반하여 부정하고, 객체가 되는 병분 (幷分)도 떨어져 나갔으니, 다같이 부정된 셈이다. 상근기 (上根機)답게 역시 단수가 높다.
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우리가 마음을 완전히 비우게 되면, 아무 것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진공상태는 아니다. 오히려 존재의 지극한 순수 상태이며, 이런 상태를 ‘위대한 죽음 (the great death)’라고도 말하며, 이에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열반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4) 인경구불탈 (人境俱不奪) (사람과 경계를 다같이 빼앗지 않는 것은 격 (格 )밖의 사람을 다루는 법) 이것을 풀이하면, ‘왕은 보전(寶殿)에 오르고 늙은 농부가 격양가 (擊壤歌)를 부른다’는 뜻. 이것은 주체인 왕과 객체인 국민들이 모두 드러나게 된 것으로, 확철대오 (廓徹大悟)한 후에 일체에 걸림이 없음을 말함.
이것은 선수행이 성숙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다. 모든 것이 일상생활로 돌아와 우리들의 본래면목을 되찾은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태초 이전의 원 상태인 진여불성 (眞如佛性)의 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The four taxonomies, or outlooks: A summary of the Linji School in reference to subjective, objective, both, and neither, or the four types of view according to the Linji meditation: Four different ways of perceiving the world and dealing with the student from the master's point of view in contrast to the student's view of the Ch’an Master Guifeng:
1) There is no subject. Only object exists: This applies to the student of low capability. It implies that in the warm spring season, it is natural for all creations under the sun to come alive, yet there is a child with a long strand of hair that is as white as fine silk. This unnaturalness of the child with white hair is the cause of the rejection of the subject. This rejection of subject does not mean opposition or contrariety. It rather means embracement or absorption of the subject by the object leaving only the object.
What it means is that when one is absorbed in objects or percepts, one loses oneself. So will be the opposite case. If one absorbs in oneself, one loses the object, or percepts.
2) There is no object. Only subject exists: This applies to the student of intermediate capability. What it means is that as the absolute power of the king is ruling the country, the commanding general of the border area of the country has nothing to do but to resign his post. In other words, it implies that as the subject is in full control of its power, it absorbs the object within itself.
This is the way of real meditation practice, that is, concentration or full control of the mind. If one is full control of one's mind, there is no chance for objects or percepts to sneak into consciousness or the mind.
3) There is neither subject nor object: This applies to the students of high capability. It implies that there is no news from either Byeongju, the object, or Bunju, the subject, which implies rejection of both the subject and object. What it means is that if one leaves one's mind completely, one neither hears nor feels anything. However, it does not mean a blank emptiness. It rather means the immaculate totality of oneself, which is sometimes called "the Great Death," or Nirvana.
4) There is subject as well as object: This applies to the fully enlightened. Accepting both subject and object implies that one is dealing with a student of extraordinary capability. It also implies that the king is ascending to the royal throne and an old man in the countryside is singing a joyful song about peace and the abundant crop of the year, which indicates complete enlightenment without any hindrance.
What it means is that everything is as it should be. Everything has returned to its original self, the Buddha-mind, or the true- suchness. There is nothing more to cultivate. "Mountain is mountain, and water is water," a sage said.